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내놓은 2026년 전망은 항공업계의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승객 수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항공사들이 손에 쥐게 될 수익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연료비 급등과 항공로 재편이 업계 전반에 예상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IATA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공개한 전망에 따르면, 회원 항공사들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약 51억 명의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5년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팬데믹 충격에서 회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지만, 이제 업계는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IATA는 2025년 450억 달러였던 업계 순이익이 2026년에는 23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순이익률 역시 4.2%에서 2.0%로 떨어질 전망이다. 승객 한 명당 순이익은 4.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IATA 사무총장 윌리 월시는 이 수치를 두고 “회복력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는 하지만, 여유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중동 정세가 지목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군사 충돌은 항공유 공급망과 주요 항공로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노선은 우회 운항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곧바로 연료 사용량 증가와 운항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항공권 가격이 일부 인상되고는 있지만, 항공사들이 비용 상승분을 모두 승객에게 전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프리미엄 좌석, 고소득 고객층, 신용카드 제휴 프로그램 같은 고수익 사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연료비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미국의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은 올해 5월 파산했다.
윌리 월시는 스피릿항공이 마지막 사례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고유가 환경을 감당하지 못하는 항공사들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일부는 더 큰 항공사에 인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업계 재편과 통합 움직임은 올해와 2027년에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는 저비용항공 모델 자체가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서는 대형 3개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LCC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저비용항공사가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의 라이언에어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가 오랜 경쟁사인 아메리칸항공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초대형 항공사 탄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지만, 월시는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규제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며 실제 통합 시도라기보다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발언에 가까웠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지역 항공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이번 분쟁은 두바이, 도하, 아부다비 같은 글로벌 허브를 경유하는 항공 교통 흐름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에미레이츠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걸프 지역 주요 항공사들은 노선 운영과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IATA는 중동 항공사들의 순이익률이 지난해 9.4%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6.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상 주요 권역 가운데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수요 회복보다는 공격적인 운임 정책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ATA는 걸프 지역이 세계 항공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위치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걸프 지역 항공사들은 전 세계 항공 공급 능력의 약 14%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지역 항공사들이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월시는 긴장이 완화되면 이들 항공사가 다시 중요한 시장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기 주문 계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IATA 아프리카·중동 담당 부사장 카밀 알아와디는 불확실성과 유가 상승을 이유로 항공기 도입 계획을 미루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동 항공사들이 보잉과 에어버스의 핵심 고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전쟁 상황이 대규모 항공기 주문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지역별 수익성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중동 항공사들이 적자를 예상하는 반면, 유럽 항공사들은 3.1%의 순이익률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2.5%,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1% 수준이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항공 여행 수요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IATA는 지난 10년 동안 평균 항공권 가격이 26% 하락했다고 설명한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충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여행하고 있으며, 항공산업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의 성장은 예전과 다르다. 승객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줄어들고, 하늘길은 더 복잡해졌으며, 일부 항공사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