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4월 14th, 2026

미국의 디자인 소프트웨어(SW) 기업 피그마(Figma, 티커: FIG)가 뉴욕 증시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31일(현지시간) 피그마의 주가는 100달러 선을 훌쩍 넘기며 폭등세를 연출했다.

이날 피그마는 115.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최종 공모가인 33달러 대비 무려 3.5배에 달하는 수치로, 단 하루 만에 주가가 250% 뛰어오른 셈이다. 상장 첫날의 기록적인 폭등 덕분에 회사의 시가총액은 단숨에 470억 달러(약 65조 5천415억 원) 규모로 불어났다. 이러한 기업 가치는 지난 2022년 디자인 업계의 거물인 어도비(Adobe)가 피그마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을 당시 책정했던 몸값 200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어도비 그늘 벗어난 폭발적 성장과 창업자의 겹경사

당초 피그마는 주당 희망 공모가 밴드를 25~28달러로 계획했으나, 시장의 반응을 고려해 이를 30~32달러로 한 차례 상향 조정했다. 이후 전날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최종 공모가는 33달러로 확정된 바 있다.

디자인 협업 툴 시장에서 어도비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혀온 피그마는, 실제로 어도비의 거센 인수 공세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영국과 유럽 연합의 엄격한 반독점 규제 문턱을 결국 넘어서지 못하면서 어도비 측이 인수 계획을 전면 철회했고, 피그마는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2년 현 최고경영자(CEO)인 딜런 필드가 그의 친구 에반 월러스와 함께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글로벌 확장을 지속 중이다. 지난 5월에는 한국어 버전 제품을 공식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회사의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피그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억 4천700만~2억 5천만 달러 수준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성공적인 기업공개(IPO)에 힘입어 창업자 딜런 필드의 개인 자산 가치 역시 61억 달러(약 8조 5천억 원)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는 이제 세계 500대 부호 반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IPO 시장 훈풍 속 잇따르는 기관 투자자들의 베팅

최근 미국 IPO 시장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일각에서 위축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그마를 비롯한 일부 유망 기업들은 상장 직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활기를 되찾아주고 있다. 앞서 3월 상장한 데이터 센터 전문 기업 코어위브는 공모가 30달러에서 출발해 이날 110달러를 돌파했으며, 지난 6월 31달러의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한 스테이블코인 업체 서클 역시 180달러 선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월가의 큰 손들 역시 일찌감치 피그마 지분 확보에 나선 상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최신 13F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스톤 캐피털 홀딩스는 작년 4분기 동안 피그마 주식 27만 5천538주(약 1천29만 7천 달러 규모)를 신규 매수하며 회사 지분 0.07%를 확보했다. 앞선 3분기에도 다수의 헤지펀드가 지분을 사들였다. 위티어 트러스트가 약 2만 6천 달러, 뉴엣지 어드바이저스가 약 2만 6천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윌밍턴 세이빙스 펀드 소사이어티(약 2만 7천 달러), 선벨트 시큐리티스(약 3만 달러), US뱅코프(약 3만 1천 달러) 등도 연이어 신규 포지션을 구축했다.

내부자 매도 행렬과 월가의 신중한 시선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 이면에는 주요 경영진들의 대규모 지분 매각 움직임도 포착된다. 크리스 라스무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월 10일 화요일, 평균 25.01달러의 가격에 20만 5천438주를 매각하여 총 513만 8천4달러를 현금화했다. 이 거래로 그의 보유 지분율은 1.93% 줄어들었으나, 매각 후에도 여전히 2억 6천57만 6천814달러 규모에 달하는 1천41만 8천905주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딜런 필드 CEO 또한 1월 14일 수요일 주당 평균 32.63달러에 25만 주를 처분해 총 815만 7천500달러를 손에 쥐었다. SEC 공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회사 내부자들이 팔아치운 주식 물량만 총 137만 8천811주(약 4천90만 4천464달러)에 달한다.

상장 첫날의 기록적인 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다소 보수적이다. 웰스파고는 2월 19일 목요일 보고서를 통해 피그마의 목표주가를 기존 52달러에서 42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은 유지했다. 반면 스티펠 니콜라우스는 같은 날 목표가를 40달러에서 30달러로 낮추고 ‘보유(Hold)’ 의견을 제시했으며, 골드만삭스는 35달러의 목표가를 내놓았다. 오펜하이머는 3월 25일 수요일 분석을 개시하며 ‘시장 수익률(Market Perform)’ 의견을, BTIG 리서치는 월요일 보고서에서 ‘중립(Neutral)’ 의견을 각각 제시했다. 마켓비트의 종합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피그마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는 4명, 보유는 10명, 매도는 1명이다. 월가의 평균 투자 의견은 ‘보유’에 머물러 있으며, 컨센서스 목표주가 역시 43.25달러로 형성되어 있어 시장의 과열된 반응과는 분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