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로제가 팝의 거장 브루노 마스와 손잡고 내놓은 ‘아파트(APT.)’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3위를 기록하며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 예고에 따르면, 이 곡은 지난주 5위에서 두 계단 상승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사실 작년 10월 발매 직후 8위로 진입했을 때만 해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순위가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금 치고 올라오는 ‘역주행’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성적은 K팝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새해를 장식하던 캐럴 열풍이 한풀 꺾인 시점과 맞물려 ‘아파트’ 특유의 중독성이 다시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2위에 오르며 14주 연속 톱 100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브루노 마스와의 완벽한 호흡은 물론이고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의 힘이 글로벌 흥행의 핵심이라고 분석합니다.
화려한 성적 이면의 위기감, 음악계 ‘AI 공동 대응군’ 출범
로제가 전 세계 차트를 휩쓸며 K팝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편, 국내 음악 산업의 뿌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도 긴박하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창작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6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를 비롯한 6개 주요 음악 단체는 서울에서 ‘K-뮤직 저작권 연합 상생협의체’를 공식 발족하며 공동 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이날 협의체 의장을 맡은 이시하 의장은 “앞으로의 2년이 한국 음악 산업의 사활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개별 단체가 각자 대응해서는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막아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입니다. 이들은 창작자의 동의 없는 AI 학습 금지, AI 생성 과정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인간과 AI 저작물 간의 명확한 법적 구분 등을 골자로 한 ‘AI 시대 음악 저작권 선언문’을 채택하며 정부와 업계에 강력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인가, AI 음악 저작권 논란의 시작
사실 한국 음악계는 이미 AI의 습격을 직접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가수 홍진영의 곡 ‘사랑은 24시간’이 AI 프로그램 ‘이봄(EvoM)’에 의해 작곡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당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즉각 해당 곡들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6년간 30만 곡을 찍어내며 6억 원의 수익을 올린 AI의 결과물을 과연 인간의 창작물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AI가 주체가 된 곡은 법적으로 저작권료를 받을 근거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법적 제도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로제가 이끄는 글로벌 열풍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단단한 법적·윤리적 울타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